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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만드는 남자 Jay를 만나다

GS타워 25층의 새로운 공간 Keeeet가 갖추어지고 있는 현장
GS타워 근무자들이라면 25층 공간은 미팅, 교육, 면접 등을 통해 익숙한 공간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기존의 강당이 리모델링 되기 전, 넓은 회의실과 그 회의실을 채운 매우 묵직한 원목 테이블이 떠오른다. 면접이 있을 적이면 건장한 남성도 혼자서는 절대로 한치도 움직일 수 없었던 기~다란 원목 테이블 아래로 기어들어가 면접위원용 노트북과 발표용 노트북의 유선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선정리를 했었다. 그런 회의실이 좀 더 작게 나뉘어졌고 바퀴달린 회의테이블로 변경되고 갈색빛의 배경이 흰색으로 가볍게 바뀌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25층의 모습이었다. 필요에 따라 개선이 되었던 공간이 25층에 대한 이미지였다.
기존의 25층 강당
조금 삭막했던 회의실 공간이 언제부터 인가 사용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한다며 리뉴얼 공지가 올라왔다. 회의 공간이 없을 적이면 25층 공간을 사용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시간이 지나 이제 곧 추석이 지나면 25층 공간이 ‘keeeet’라는 이름을 지닌 채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keeeet라고 쓰고 킫이라고 읽는다. e는 몇 개를 써도 상관이 없다)
25층 공간에 대한 기대감 한 스푼,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은 마음 한 스푼,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 그 의도와 의미를 알고 싶은 마음 한 스푼… 이렇게 쌓인 호기심을 풀어보고자 ‘Keeeet 프로젝트’ Project Mansger Jay를 만나보았다. 만나보니 공간보다 더 궁금해지는 사람이 바로 Jay 였다.
Mark : Jay~! 25층 공간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Jay라고만 하면 모르잖아요. 소개 좀 간략하게 해주세요. 공간 전문가로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해주시면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오른쪽의 플라스틱 상자형 의자도 시제품!
Jay : 공간 디자이너라 Role의 채용공고를 보고 덜컥 지원해서 입사했어요. 보통 대기업에서 이러한 Job Description 공고가 나오는 것이 굉장히 Unique한 일이거든요. 보통은 건설회사나 건축사무소로 가거든요. 이제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서 공간전문 조직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도 일반 대기업에서는 극소수에요. GS홈쇼핑에서는 참 빠르게 공간 디자이너 채용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였고 일 할 수 있었던 환경을 만들어주었던 것 같아요. 인턴기간 3개월을 거치면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case가 전국에 10명도 없을 거 같다는 판단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Office에서 만들 수 있는 공간은 다 해본 것 같아요. Office, 어린이집, 심소원(휴양소), 물류센터 휴게실, 식당, Fitness, etc…
Mark : 그럼 공간을 만들었던 첫 경험은 어땠나요?
Jay : 처음 맡게 된 과제가 당시 사장님 실이었는데 도면을 들고 다니면서 치수도 재고 모델링도 하면서 영상을 만들어 사장님께 보고했었어요. 사장님 Comment가 “이래서 전문가를 뽑아야 해 전문가가 있으니 이런 모델링도 영상으로 볼 수 있잖아” 당시에는 뿌듯하고 기뻤지만 한편으로 내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사회생활 1년 차에 말이죠. 그 때 함께하던 선배님이 “네가 뭘 하든, 네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데로 해라! 우리는 너에게 그런 걸 원한다! 사고 치면 내가 수습해줄게!” 라고 말씀하셨어요. 진짜 이런 선배들 덕에 용기를 얻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해왔어요.
Mark : 정말 상상만 해도 드라마 같은 일이고, 멋진 선배님이네요. 전문가로서 많은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Jay : 보통 회사원들이 공부하고 노력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어요. 분야가 달랐을 뿐이죠. 새로운 공간을 보러 많이 다녀봤어요. 국내외를 불문하고 새롭게 좋게 생겼다는 장소들은 최대한 많이 가봤어요. 개인적으로 디자인 아카데미도 다녀오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그랬죠.
Mark : 주변의 디자이너들은 일반 회사에 다니는 Jay를 어떻게 보나요?
Jay : 다들 신기해 해요. 이런 Case가 정말 없거든요.
Mark : Jay는 정말 양파처럼 알수록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다음 기회에는 Jay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이제 25층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25층 리뉴얼의 배경을 좀 설명해주세요.
기존의 25층 회의공간 (별도의 네이밍은 없었다)
Jay : 25층은 원래 GS타워 입주사들의 회의공간으로 정의되어 사용되던 공간이었어요. 기존의 사무공간은 개인이 집중해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한 매커니즘으로 설계가 되어왔기에 회의실에도 일정 정도 그런 영향을 받은 셈이죠. 그런데 이제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과거보다 더 “협업”이 강조되고 있어요. 우리가 만나는 과정 자체가 “협업”인데 회의실이 협업을 도와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Jay : 저는 “생활”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이 공간 “Keeeet”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기획해봤어요. 회의를 합시다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서 문을 닫고 회의를 시작하잖아요. 이러한 그림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안을 제시해보고 싶었어요. 카페에서는 문이 없어도 회의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내가 혼자 하는 일이 아니고 누군가와 연결되어서 하는 일이라면 공간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화두에 대한 답이 바로 Keeeet! 였어요. 항상 하던 연결을 좀 다르게 해보면 일하는 방식이나 사고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공간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Mark : 공간을 통해 일하는 방식에 자극을 주는 것은 정말 자연스러운 Nudge라는 생각이 드네요. Keeeet가 추구하는 목표를 좀 더 간명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25층 강당의 새로운 모습. 기존의 강당자리 좌우가 오픈되어 있으며 정해진 자리가 없다
Jay : 오피스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의 개선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항상 하던 일, 항상 보던 장면이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는데, 그것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GS타워 내에서 조금은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느낀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Mark : Keeeet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있었는데요. 이 네이밍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Jay : Connect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결의 가장 현실적인 Action인 “Meet”에 지속성에 대한 가치를 넣자는 의미로(Keep) “Keep + Meet”인 셈이죠. 네이밍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 공간이 쓰이는 방향과 맥락이 이해되었으면 하는 바램의 방편이지요. 이 공간에서 단순히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해요. 대단한 협업이나 멋진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이 곳에서 시도하는 모든 변화와 액티비티, 시도를 응원해요.
Mark : 인터뷰도 이제 마무리 단계인데요. Jay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공간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Jay : 요즘 Desk를 멋지게 꾸미는 문화적 현상이 있잖아요. 피규어라든가 식물, 오브제, etc…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갈증을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내 책상 만이라도 내가 보고 싶은 걸 봐야겠다는 갈증이요! 그런데 내가 있는 공간이 영감을 주고 멋진 공간이라면 내 앞의 공간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멋진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유로운 공간의 변화를 위하여 컨센트가 천정에서 내려온다
Jay : 공간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문제해결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사고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고요. 그래서 공간을 만들 적에는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운영방식에서 전달되어야 해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운영하는 지가 더 중요하지요. Greeat의 경우 음식이라는 컨텐츠를 유지하는 게 힘들어요. 실제로 고객분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빨리 개선해주고 제안을 할 수 있게 하고 이런 운영활동이 지속되고 양산되어야 같은 공간에서도 변화와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Jay : 그래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공사완료 시점 이후를 계속 상상해봐요. 누군가 이 공간을 잘 써야만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Keeeet를 상상할때면 일만이 아닌 다양한 협업들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될거에요. 공연, 강의, 굿즈, 외부의 실력있는 사람들과의 콜라보….
Mark : Keeeet에 대한 인터뷰를 여기서 마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딱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Jay : 저는 지난 8개월간 이 공간을 애지중지하며 만들어왔어요. 하지만 이 공간은 제 것이 아니에요. 오픈하고 나면 온전히 사용하시는 분들의 것이 되는 거에요. 많은 분들이 이 공간을 사용하고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상상하던 장면들과 미처 상상도 못했던 장면들이 연출 될 때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누구나 동료들을 Keeeet로 데려와서 함께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공간으로 쓰이면 좋겠어요! 많이들 찾아주세요!
Keeeet의 Terrace에서 바라본 풍경! 마치 외근 나온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Jay는 2020년 8월 “오피스 생활자”라는 에세이를 출판하였다. 아래는 Jay의 “오피스 생활자”의 글을 약간 옮겨보았다. Jay를 살짝 엿보자.
공사가 시작되면 현장을 매일 체크한다. 나의 할 일은 앞으로 있을 변수들을 체크하는 일이다. 현장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의 집합이다. 완벽한 설계 도면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업체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엄청난 명의도 CT, MRI, 각종 검사들의 결과를 보고 진단을 하지만 결국 수술대 앞에서 그 결과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집도한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축이 아니라 개보수의 경우는 더욱더 심하다. 철거가 시작되고 공간의 진면목이 드러나면 다시 현장치수로 도면을 클렌징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때부터는 마감과 싸움이다. 공정표를 펼치고 마감일부터 역산해서 발주일정을 체크한다. 모두가 우리 현장만 바라보고 재료들을 준비해두지 않기 때문에 급한 것부터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 외국에서 넘어오는 것들이 그렇다. 발주전에 현장의 실제 설치될 부분에 일정구역을 목업(mock up)해보는게 제일 좋다. 하지만 여건상 힘든경우가 대부분이고 업체는 자재수급의 시급을 무기로 협박아닌 결정을 요구한다. 그때는 어쩔 수 없는 내 감각을 믿어야 한다.
Jay의 글은 쉽게 읽히며 일상의 단상을 함께 할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Jay의 글을 “오이지”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