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 속에 사업 아이템 하나 쯤은 있는 거죠!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내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나름대로 자신은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쇼핑몰을 운영했던 경험도 있었고, 남부럽지 않게 다양한 회사와 직무를 거쳤기에 넓고 얉은 실무 지식과 좁지만 든든한 인맥이 있었으니까요.
털어놓기 조금 부끄럽지만 52g에 합류하기 전 약 2년여 기간 동안 창업하면서 느꼈던 점을 이 자리를 빌어 한 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지금도 ing라는 건 비밀)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의 미래일 수도 있겠네요.
첫 아이템이었던 ‘웹툰 마케팅 솔루션’. 독자에게 웹툰 프롤로그를 보여주고 구매 페이지로 이동시키는 랜딩페이지로 여러 온라인 광고에 활용하고, 독자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템은 ‘웹툰 마케팅 솔루션’이었습니다. 당시 모 웹툰 플랫폼에서 근무 중, 업계에 만연한 문제 의식을 발견했거든요. 웹툰 산업이 성장하면서 플랫폼의 규모도 커지고 있는 반면 제작사(작가, 에이전시, 스튜디오 등)와 플랫폼 간의 거래에서 작품의 마케팅 권한이 오롯이 플랫폼 측에 있다는 점이 문제였어요. 제작사 입장에서는 플랫폼에 작품을 공급한 이후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거나 Data 측정이 불가능한 SNS홍보 정도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실제로 마케팅을 하면서 제작사 측의 마케팅 관련 문의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작품의 마케팅 집행 여부에 따라 매출이 영향을 받는 반면 웹툰 창작사가 직접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죠.
여기서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몇 가지 가설을 세운 후 몇 군데의 에이전시와 스튜디오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러고 실제로 이들에게 직접 마케팅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죠.
평소 마음이 맞았던 몇 명과 팀을 꾸려 솔루션을 만들었습니다. 플랫폼에서 집행하는 시스템을 모델로 웹툰 창작사가 필요한 내용을 담아 수정, 제작했죠. 이를 이용하면 웹툰 창작사도 직접 온라인 마케팅을 집행해 작품을 알리고 독자 데이터를 수집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의외의 반응을 얻었는데요. 솔루션 자체에는 호감을 보였지만 그것을 자신들이 직접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자신들이 운영하기에는 온라인 마케팅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민 끝에 마케팅 대행 서비스도 병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대행 서비스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어서 그것 만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러나 여기서 갑자기 엄청난 변수를 만나고야 말았습니다… 맞아요. 코로나19였습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출렁이며 미팅이 줄줄이 연기되고 취소되기 시작했습니다. 일시적인 이슈겠지 하고 기다리며 다시 스케쥴을 잡아보려고 해도 오히려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며 점점 끝을 알 수 없는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죠. 시장에 없던 서비스였기에 반드시 초기 핵심 유저를 대상으로 이해도를 이끌어내야 했는데 도무지 만나서 얘기 나눌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저희의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줄어갔고,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맞고서야 손을 들 수 밖에 없었어요.
그 이후 몇 번의 피벗을 거쳐 다른 시도를 하고 있지만(이 얘기는 기회가 되면 나중에 따로 해볼게요) 이때의 경험은 제가 이전까지의 사회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보다 더욱 값진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마 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건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존버가 답은 아니다.”
‘버티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는 말은 아마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요. 앞서 말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저희의 전략이 바로 ‘존버’였습니다. 사스나 신종플루처럼 길어야 1분기 정도면 다시 회복되겠지 하고 일단 버텨보자는 것이었는데요. 그 선택이 얼마나 잘못된 선택이었나 깨달은 것은 정확히 1분기 동안을 허송세월로 보내고 나서야 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는 계속 연장되었고 확진자도 더욱 늘어났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마음을 편하게 먹고 (어차피 우린 성공할 수 밖에 없으니까라는 자만감 때문이죠) 휴식도 취하고 정비하자. 앞으로 더 바빠질 테니까. 라고 다독이며 마치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안일하게 대처했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어리석었고 플랜B와 C에 대해서도 준비를 하고 피벗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만약 1분기가 지난 뒤에도 그냥 가만히 존버하고 있었으면 더 처참한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릅니다.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존버보다는 빠른 대처와 유연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오히려 가면을 벗고 민낯을 드러내야 한다.”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자주 들었던 말은(물론 사회생활에서도) “가면을 써야한다”였는데요. 처음에는 공감되기도 하여 늘 가면을 쓰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누구를 만나도 웃는 얼굴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기도 하고, 상대가 누구든 어떠한 내색도 없이 아무런 티를 내지 않았죠. 그게 영업으로 이어진다고도 믿었고요.
하지만 가면은 경계를 낳습니다. 내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금방 알아차립니다. 그렇게 맺은 관계는 더 크게 발전하기도 어렵고요. 관계에 있어 내가 얼마나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인가 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비즈니스의 진정성이었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이죠. 직접 서비스를 제공해보면 다 드러나게 됩니다.
거창하고 어려운 말로 영업에 성공했다고 한들 그렇지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그것은 전부 거짓말이 되어버립니다. 고객은 저의 말만 믿고 비용을 치렀는데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때는 어떠한 가면을 써도 소용이 없습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몇 번 있었는데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될 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 정말 죄송하더군요. 어쨌거나 신뢰를 깨버린 것이니까요.
이런 과정을 거쳐 그야말로 가면을 벗어버렸습니다. 무조건 ‘좋다’를 내려놓고 아직 솔루션이 갖고 있는 문제를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부끄러웠어요. 그렇지만 오히려 내 민낯을 드러내자 고객도 그제야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창업을 하게 되면 반드시 고객과 마주쳐야 합니다. 그러니 가면을 벗고 오히려 민낯을 드러내야 합니다. 진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통하니까요.
“확실한 건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뿐.”
사회생활에서도 그렇지만 창업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불확실합니다. IT서비스를 만들 때에도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이게 될까?’였는데요. 감으로 대충 ‘되겠지’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구현이 안되어 롤백하는 경우도 참 많았습니다. 그나마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괜찮은데 문제는 그 외의 영역인데요. 고객과의 대화 과정에서 아직 확실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문의가 들어온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답변이 제한적이기 때문인데요. ‘저도 몰라요’는 절대 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의 정보와 경험을 토대로 계산해 가장 정답에 가까운 대답을 해야 하죠. 그럴 때면 뒤돌아서면서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내가 말한대로 안되면 그것은 거짓말이 되고 신뢰도를 깎아먹기 때문이죠.
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창업자로서 선택해야 할 것은 너무나 많습니다. 서비스의 방향성부터 업무의 진행, 하다못해 계정 ID 하나까지 다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잘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에 선택은 어렵고 불안은 더 커집니다.
사실 불확실한 것은 불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걸 어떻게 풀어낼까 기대감을 갖게 하죠. 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다고 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서비스를 피벗해야 하는 경우, 기존에 준비한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방향으로 다시 설계하고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런 경우는 이 방향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확실한 것처럼 팀을 이끌어야 합니다. 내 불안감을 모두에게 전가시킬 필요는 없으니까요. 모든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는 오롯이 나의 것이고 불확실한 미래 속에 나의 확실한 선택을 밀고 나가야 합니다.
이런 깨달음 외에도 창업 후 경험적으로 알게된 것들이 참 많습니다. 아직 성공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갈길이 멀지만 적어도 실패에 대해서는 공유할 것들이 참 많으니 52g 팀블로그에서 조금씩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공담을 공유할 그날까지!






.png&blockId=20bf800b-d1c1-80bc-9388-e489ae9df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