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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창문넘어도망친100세노인 으로 유명한 스웨덴 작가 #요나스요나손 의 신작 소설.
누구나 각자의 이유와 사정으로, 살다보면 부당하고 치욕스러운 상황을 겪고 또 견디며 살아가죠. 이런 상황에서는 아마도 거의 대부분이 소심한(?) 복수를 꿈꾸기도 할 거에요.
이를테면 내가 미워할 수 밖에 없는 누군가가 길을 가다 넘어지길 바란다든지, 걸어가는 뒤통수를 한 대만 후려치면 속이 시원하겠다고 생각한다든지, 하다못해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게 눈앞에서 완벽한 논리로 쏘아붙여 저 얄미운 입을 꿰매버리고 싶다든지.. 더 나아가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혼자 있는 곳에서 대사(?)를 소리내어 연습 해 볼 지도 모르죠. 그렇다해도 이런 복수계획을 정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물테고, 다만 그러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소진하고 털어낼 겁니다.
하지만 여기, 적절한(?) 대가만 주어진다면 그 복수를 대행 해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 회사와 그에 얽힌 사람들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복수 라는 주제로 소설을 끌어 가지만 요나스 요나손 만의 위트와 유머가 가득해서 킬킬거리며 볼 수 있는 유쾌한 소설입니다.
에이즈에 걸린 엄마와 단 둘이 살던 소년 케빈이 있습니다. 케빈의 엄마는 자신의 죽음 직전에 케빈의 친아버지를 찾아가서 아이가 18살이 될 때까지 키워줄 것을 요구하죠. 케빈의 친아버지는 빅토르라는 미술 중개업자인데, 마지못해 케빈을 떠맡아 그의 후견인이 됩니다. 엄마가 죽은 뒤 빅토르는 케빈을 외딴 원룸에서 방치하듯 키우다 18살이 되는 해에 케냐로 데려가 사자밥이 되길 바라며 초원에 버려두고 오는데요. 두려움에 떨던 케빈이 나무 위에서 야생동물을 피하다 졸음을 참지 못하고 나무 밑으로 떨어졌을 때, 마침 그 곁을 지나던 마사이족의 치유사인 올레 음바티안이 케빈을 구해주게 됩니다. 아들이 없던 올레 음바티안은 신이 내려준 아들(실제로 하늘에서 떨어졌으니까)이라며 케빈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고 마사이족의 전사로 키워냅니다. 하지만 전사의 마지막 관문인 할례를 앞두고 케빈은 자신의 신체 일부(?)를 보호하고자 양아버지 올레 음바티안의 그림 두 점을 훔쳐 고향인 스웨덴의 원룸으로 도망칩니다.
황당하게도 돌아온 그의 고향 원룸에는 옌뉘라는 여자가 살고 있었어요. 듣자하니 옌뉘는 케빈의 친아버지 빅토르의 전 부인으로, 명망있는 미술 중개상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마음에도 없는 늙다리 빅토르와 결혼을 했다가, 집과 재산과 갤러리 모두를 빼앗기고 케빈이 살던 원룸으로 쫓겨난 신세였죠. 빅토르라는 남자 때문에 인생이 꼬여버린 두 남녀는 사랑에 빠지고(오이디푸스?) 우연히 길을 가다 보게 된 #달콤한복수주식회사 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유명한 광고쟁이 였던 후고가 만든 이 회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소소한 복수를 해주는 일을 하고 돈을 받고 있었어요. 이들의 사연을 들은 후고는 복수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되고, 의뢰할 돈이 없던 두 사람은 이 회사의 보조원으로 고용됩니다.
한편 케빈이 남긴 편지에서 케빈이 떠난 이유가 할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올레 음바티안은 아들을 되찾으러 스웨덴까지 오게 되는데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원시 마을의 마사이족 노인이 케냐에서 비행기를 타고 스웨덴까지 오는 길은 우여곡절.. 말 그대로 코미디, 시트콤이죠.
여차저차 올레 음바티안은 스웨덴에서 케빈과 옌뉘, 그리고 후고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등장에 이들의 복수극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단순한 복수극 이상의 무언가로 흘러가게 되는데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복수를 기획하고 실행했던 후고의 경영철학(?) 이 무너지고 경찰서까지 왔다갔다 하며 일급살인(?)인가 이급살인(?)인가 아니면 과실치사(?)인가에 이르기까지.. 과연 이 복수극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지..
북유럽 스웨덴과 아프리카 케냐를 오가는 방대한 스케일로 독특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엮어내는 작가의 창의력과 유머감각은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 이미 겪어봤지만 언제나 놀랍습니다.
거기에 현대미술의 표현주의 거장 남아프리카의 #이르마스턴 을 등장시키고, 그녀의 그림 2점을 실제 이야기의 중심 소재로 둔 점도 매력적입니다. 소설책인데 실제 이르마스턴의 그림이 3점이나 실려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표현주의를 접하고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영감을 받아 독특한 색채가 있는 신비로운 작품들을 그려냈다고 해요.
달콤한복수주식회사의 CEO인 후고가 케빈과 옌뉘, 올레 음바티안을 만나 일이 꼬이기 전에 맡았던 짤막한 사건들에서 보여주는 기발하고 귀여운 복수극이 이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인데, 역시 작가의 창의력과 유머감각에 감탄하게 됩니다.
요나스 요나손은 이웃과 갈등하는 친구를 위해 복수 계획을 생각해보다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해요. 복수 계획을 짜는 것이야 말로 가장 효과적인 치유법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말싸움의 대사를 읊어가며 혼자 연습하고 후회하며 이불을 차는 게 아닐까요? “그 때 이 말을 했어야 하는데!” 하면서 말이죠.
꼬일대로 꼬여 복수는커녕, 꼼짝 없이 살인자로 잡힐까 도망자 신세가 되어야할 것 같았던 이 무리가 여차저차 위기를 극복하고 복수를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감상을 더하자면..
1.
항상 더는 나빠질 것 없는, 더 꼬일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 희망은 갑자기 나타난다는 것. (너무나 상투적이지만 정말 한 치 앞을 모릅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2.
궁지에 몰리고 손 쓸 수 없다고 생각할 때야말로 우리는 늘 놀라운 기지를 발휘한다는 것. (말도 안되는 계략도 생각나고, 더 말도 안되게 그게 먹히는 기적이 발생합니다)
복수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계획하며 치유하고, 궁지에 몰릴수록 기지를 발휘하며 유쾌하게 헤쳐 나가야겠다 싶었습니다. 아무리 귀여운 복수극이라도 우리 모두의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ㅋ 그리고 혹시 일어나더라도..
뭐.. 할 수 없지! 아직 조금 더 분투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어쨌거나 유쾌한 기분으로 말이다.
#재미 ★★★★★ (자유, 유머, 예술, 창의성, 완벽한 코미디 드라마)
#유용성 ★★★★☆ (웃기고 재밌다. 후고에게 나의 복수를 외주 하고 싶은 기분)
#속도 ★★★☆☆ (등장인물과 그에 대한 묘사가 장황하고 그들이 얽혀 숨가쁘게 전개되는 데 까지만은 인내심이 조금 필요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