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 프라모델, 즉 이런 겁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저희 아버지는 어릴 때 저를 ‘개똥같은 놈’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사실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어서 그냥 애칭처럼 별 생각없이 듣다가,
어느 날 왜 그렇게 부르는지 여쭤봤습니다.
별별 쓸 데 없는 질문, 어디 듣도 보도 못한 공상과 이야기를 해서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개똥 같은 이야기 입니다.
나는 과연 건프라를 좋아했을까?
늘 혼나는 편이지만은,
지난주에도 한번 혼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쓰지도 않을 거 만들어놔서 먼지만 쌓이니까 알아서 치우기라도 하라고…
어른의 장난감 건프라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오타쿠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저는 건프라(건담+프라모델)을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좋아했었습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할 시간이 안나서 못하고 있으니 말이죠.
지금은 많이 치워버렸지만,
한 때는 수십만원 이상을 쓰면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이케아 유리장을 사서 한쪽 벽을 꾸미기도 했죠.
어릴 때는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일본 문화를 좋아하기도 했고,
그 안의 로봇이 작게나마 실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신기해 했습니다.
때로는 잘 잡히지도 않아서 핀셋으로 스티커를 붙이면서도
그 작은 것들이 짜임새 있게 맞아들어가는 것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는 로봇!’ 이니까요.
근데 뽀얗게 먼지가 내려 앉은 건프라를 보다보면
내가 건프라를 좋아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굳이 말하자면 건프라를 만드는 과정을 좋아했던 거 같습니다.
어쩌면 꼭 그게 건프라가 아니었어도
만드는 과정을 재미있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나무를 조각칼로 깎아서 핸드폰 악세사리를 만들거나
합판을 사서 보관함 같은 걸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만드는 과정을 거치고 난 후,
완성된 건프라는 저에게 그냥 전시물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건프라만 그런 것일까?
그러면서 일이든 다른 것에서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과정이 아무리 즐겁고 의미 있더라도
끝나고 나면 방치되고 자리만 차지하는 결과물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
아마도 저는 처음부터 만들고 난 건프라를 어떻게 가지고 놀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꽤 비싼, 그러면서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 간 즐거울 수 있는
하나의 취미였던 거죠.
만들때는 참 즐거웠습니다.
집에서의 저와는 다른,
회사에서의 저는 어떨까를 생각해 봅니다.
십수년을 일하면서
정말 괴롭지만 결과가 좋은 일도,
과정은 정말 즐거웠지만 결과가 안 좋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또는 마감이 있어서 둘 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것일까요? 일하는 척 자는 것일까요?
매번 회고를 해봤다면 결과는 비슷했을 겁니다.
좀 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일을 했다면,
처음부터 일정과 R&R을 잘 분배하고 일을 했다면,
서로 원활한 피드백과 협업을 통해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결국에는 과정과 결과 둘 다에 대한면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거라는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제가 쓰는 글이 다 그렇죠 뭐.)
만약 취미라면, 과정만 즐거워도 좋을 겁니다.
반대로 시험이라면, 과정이 아무리 별로여도 결과만 좋으면 만사형통입니다.
하지만 회사원으로서 우리는,
매일 매일이 이벤트이면서도 연속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성과를 내야하니 취미처럼 즐기기만 할 수도 없고,
사람으로서 한계가 있어 괴로운 일을 한 없이 버티면서 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나만 생각하지 않고 주변의 동료들도 생각해야 합니다.
당연히 이 짧은 글에서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이 답이다’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과정과 결과를 둘 다 추구할 수 있는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항상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52g의 일하는 방식들
52g는 혁신을 위한 열린 협업을 지향합니다.
저도 참 보수적인 사람입니다만,
52g 크루로 일하면서 많은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명확한 목표를 세워보는 방법,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다양한 방식과 툴,일정에 대해 잘 관리하고 서로 열린 관계를 기반으로 협업하는 Rule 등.
지금 충분히 그렇게 일하고 있느냐? 라고 하면
자신있게 답은 못하겠습니다만,
서서히 바뀌고 있고 바꾸고자 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물론 52g의 일하는 방식 역시도
각자의 자리에 딱 맞는 방식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나의 일을 즐거우면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위한
좋은 참고 자료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도,
52g 팀 블로그에 많은 동료들의 사례가 기고 될 겁니다.
혹은 누군가가 업무에 도움이 되는 Toolkit 같은 걸
공유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는 아닙니다. ^^)
이런 내용을 참조해서 과정의 즐거움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나만의 일하는 방식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저의 건프라는
제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그 존재의 의미를 찾기는 했습니다.
3살짜리 아들이 팔을 뽑고 던져서 부수는 장남감으로 말이죠.
로봇이 만족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당연한 얘기를 길게 하는 것도 재주입니다.
다음번엔 좀 더 신선한 개똥 같은 소리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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