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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사 최초의 해커톤 ‘반디톤’에 참가한 해커를 만나다

지난 11월 12일, 15일, 18일 3일에 걸쳐 진행된 발전사 최초의 해커톤인 ‘반디톤’이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현장 직원이기도 한 해커들이 현장에서의 문제를 직접 발굴해 그 해결책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했는데요. 모두의 예상보다 더 훌륭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죠.
그러나 아이디어보다 사람들의 변화가 더욱 눈부셨습니다. 익숙치 않다고 해서, 귀찮으니까, 그런 거 해봤자 바뀌지 않을 거라는 분위기에서도 혁신의 희망을 놓지 않고 달려온 해커들의 열정이 빛났으니까요.
이번 자리에서는 그 자리를 누구보다 빛냈던 해커 ‘로이’를 만나 생애 첫 해커톤에 참가한 소감과 그 속에 있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GS E&R 구미 발전처 현장에서 근무 중인 로이 (이찬빈 주임)
Q. 안녕하세요. 우선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GS E&R 구미 발전처 이찬빈 주임입니다. 반디톤에서는 ‘로이’라는 닉네임을 썼습니다. 이 곳에서 전기 설비의 예방점검, 경상 정비(설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직접 간단히 정비하는 것) 등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Q. 처음 참여해본 해커톤,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사실 처음에는 참여를 주저했어요. 주변에서도 굳이 추천하지 않았죠. 서울까지 왔다갔다 힘들기만 하고 귀찮은 일이 많아질거라고요. 실제로 해커톤을 해보니까 귀찮은 일이 아주 없진 않더라고요. 시간을 내서 줌 미팅도 해야하고 회사 업무 외의 신경 쓸 일이 생기니까요. 바쁘고 정신 없었죠.
그래도 반디톤에 참여하고 우물 밖으로 나온 것 같아요. 구미에만 있다보니까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느낌이었는데 반디톤에 참여하고서 DT나 디자인씽킹에 대해 교육 받고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알게 됐죠. 그래서 수상을 못해 아쉽긴 하지만 그보다 앞으로의 기대감이 더 큽니다. 타회사 분들과의 교류도 그렇고 더 새로운 것을 알게 될 거라는 기대감이죠.
반디톤에 참가한 로이가 팀빌딩을 시작으로 팀원, 오거나이저들과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Q. 반디톤에서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셨다고 하셨는데 어떠세요? 재밌던가요? 혹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A. 사실 프로토타입 만드는 건 정말 어려웠어요. 처음 쓰는 ‘글라이드’ 같은 툴을 써보니까 복잡하고 어려웠는데 그래도 나름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나와서 뿌듯한 감정이 컸죠.
노코드툴을 다루는 것 외에는 크게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다. 팀원들과의 소통도 어렵진 않았고 저희가 설정한 주제 자체도 저희(구미, 반월 발전소)의 문제를 갖고 하니까 공감되고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적었고요.
단지 스케쥴이 타이트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다른 팀의 경우 같은 발전소 근무자로 구성이 되어서 만나기 수월했겠지만 저희는 각자 사업장이 다르다보니 줌으로 미팅을 하려고 해도 스케쥴을 조절해야해서 어려웠습니다. 그러다보니 따로 만나서 밥을 먹거나 친목을 다지기 위해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느꼈습니다. 같은 사업장에 있는 분끼리 저녁을 드시면서 저한테 전화가 왔는데 그분도 밥 한 끼 못해서 아쉽다고 하셨어요. (반디톤은 코로나 방역을 철저히 해야했기 때문에 해커들에게 별도의 친목 세션을 제공하지 않았음)
반디톤 당일에도 짧은 시간 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니까 9시, 10시까지 하고나서 바로 집에 가야했죠. 운영진 분들이 운영을 잘 해주셔서 재미도 있었지만 팀원들끼리의 사적인 모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낯선 자리다보니 그런 부분이 있어야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온라인 화상 서비스인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
Q. 혹시 반디톤에서 ‘이것 만큼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라고 느꼈던 적이 있으셨나요?
A.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썼던 ‘글라이드’가 가장 신선했어요. 또 구글슬라이드를 동료들과 협업툴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죠.
저한테 있어서는 100% 만족한 시간이었어요. 반디톤을 신청하면서 기대하고 생각했던 그대로였죠. 서로 영어 이름을 쓰면서 수평적인 관계로 협업했거든요. 직급이 낮건 나이가 어리건 서로를 존중하면서 스스럼 없이 의견을 얘기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아직은 수직 관계로 일을 할 때가 많은데 반디톤을 통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경험했고 저에게는 마치 다른 나라, 다른 세계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서 말한 기술적인 경험과 더불어 이 두 가지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너무 신선한 경험을 많이 해서 ‘아 이제는 이런 게 맞는 거구나’하면서 제 머릿 속에 있던 고정관념도 많이 깨졌어요.
반디톤을 하면서 그런 고정관념이 깨진 게 가장 소중한 경험입니다. 주변에서 이런 것 안하는 게 좋다 하는 식의 고정관념도 깨졌고, 나중에 후배가 들어와도 후배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어요. 다음에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다시 한 번 참여해볼 겁니다.
Q. 본인 스스로 변한 걸 느끼고 있는 만큼 앞으로가 기대 되는데요?
A. 내년이면 저도 4년차인데요. 그동안 분위기가 많이 무거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해커톤 같은 행사의 취지에 적극 동참하는 동료가 적었고, 저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참가해보고 싶었어요. 참여해보니까 정말 괜찮았어요. 주변에서는 제가 후회할 줄 알았나봐요. 오히려 다음에도 참가하고 싶거든요. 주변에서 물어보면 추천할 생각도 있어요.
직장 생활 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하는 것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거나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게 쉽지 않았어요. 있는 그대로 두고 살아가자는 생각이었는데 반디톤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고 나도 이제 새로운 관점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건 변화시켜봐야겠다. 가령 설비 개선 같은 부분들을 내가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노력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변화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코치로부터 디자인씽킹 교육을 받고 있는 로이(가운데)와 동료들
Q. 그런 기대가 실제로 이뤄지려면 어떤 게 가장 필요할 것 같으세요?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제가 아무리 혼자 새로운 관점으로 목소리를 내더라도 실제로 이루어지려면 주변 동료들 또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구미에서 같이 반디톤에 참가한 동료들이 아마 저와 비슷한 생각일 거에요. 때가 됐죠. 사실 주변에서도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어서 격려하고 응원해주시기도 해요. 특히 이번에 반디톤에 참가했던 한 과장님은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시더군요.
무엇보다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말씀하시기 전까지는 상급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몰랐으니까요. 우리끼리 의견을 나누는 시간과 공간도 필요하죠. 중간 관리자나 더 높은 위치에 있는 분들 중에서도 저희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필요하고요. 이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 팀장 카탈리스트 해커톤(팀카톤) 때 저희 팀장님이 구미 대표로 가셨었어요. 원래 저희 팀장님 자체가 그런 행사 참여를 좋아하시긴 하지만, 경험해보시니 새로운 시도, 변화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이런 자리가 많아질수록 위부터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제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 깨졌듯이 그분들도 52g에서 마련하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바뀌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그래서 이번 반디톤에서 나온 아이디어도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실현되기를 바라고요.
Q. 새로운 변화가 생긴 만큼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A. GS E&R에서 CL(Change Leader)라는 발전소 대표 같은 자리가 있어요. 2분 정도 뽑아서 사장님과 소통하고 본부 내의 작은 이벤트나 조직문화활동 같은 걸 주관하는 역할입니다. 이런 것도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어요. 또 그룹 내 활동이나 한전, 발전소 등에서 진행하는 정보 공유 컨퍼런스도 참석해보고 싶고요.
이 자리를 빌어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는 점입니다. 머리도 아프고 준비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그만큼 얻은 게 많았어요. 정말로 주변 동료분들께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걸 권장하고 싶습니다. 특히 자기가 가보지도 않고 하지 말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면 참가해보고 진짜 그런지 느껴봐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