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감이 드는 회의 문화, 비효율적인 프로젝트 방식, 말해봤자 뭐하나 싶던 조직 문화를 경험하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회의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전문 퍼실리테이터의 길을 걸어왔던 52g 퍼실리테이터 코치 BOM의 이야기 입니다.
“조직 내에서 난감하거나 어려웠던 순간을 그려보세요”하면 세대 간 소통, 리더십, 결론이 없는 회의, 잘못을 추궁하고 추적하는 문화 등 필수로 등장하는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 못할 답답함이 존재하는 상황을 ‘방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표현합니다. 좁은 방에 큰 코끼리가 차지하고 있는데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아도 모른 척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런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내도록 돕고, 당사자/이해 관계자와 함께 Root Causes를 찾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설계, 진행하는 과정을 퍼실리테이션이라 합니다!
사람들은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정확한 원인을 알기가 어려워요
퍼실리테이터의 관점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내고 싶어하죠. 물론 조직 내에는 “알아서 결정해주세요.” 라는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퍼실리테이터는 자기결정성이론(Self Determination Theory)에 따라, 자율성, 관계성, 역량에 대한 동기가 구성원에게 있다고 보고 스스로 발언하며 함께 결정하는 경험을 통해 실행력을 강화하도록 합니다.
실제로 내가 발언하고 내 손으로 붙이고, 내가 동의해서 결정한 내용에 대해서는 애착과 동기가 생겨 현업에 돌아갔을 때, 조금이라도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죠. 그러나, 조직 내 문화와 구조, 시스템에 따라 좌절되는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퍼실리테이션의 결과물이 지속가능하게 발현되려면 조직의 풍토와 문화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따라오기도 합니다.
관점을 확장하여 메타인지를 도와야 하는 이유
또한, 퍼실리테이터는 다름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일합니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세상 속에서 서로 다른 사람, 요소들이 새로움을 창발하여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 사고를 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일터의 현장에서 바쁘게 지내다보면 한 가지 관점에 고립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퍼실리테이터는 구성원들의 관점을 확장하여 전체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래야 다름을 인지, 인정할 수 있어 서로를 탓하는 문화에서 벗어 날 수 있겠지요!
쉽게 말해, 퍼실리테이션은!
퍼실리테이션을 정의하는 문장들은 많은데요. 집단 의사 결정을 할 때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지원하는 중립적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화 속에서 보이지 않는 맥락(스토리)과 보이는 정보를 센싱하면서 가려는 목적지로 대화가 흘러 가도록 돕는 일이에요. 결국, 퍼실리테이터는 정보와 정서를 함께 처리하며 그 논의의 과정을 설계하고, 대화의 방향이 목표점을 향해 가도록 돕는 사람이지요. 그런 면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사회자, 지식을 전달하는 강사와도 구분되며 또 다른 훈련이 필요합니다.
자연스럽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적절한 도구와 질문을 선택합니다
제가 52g에 막 합류 했을 때, 함께 세운 비전을 상기해보며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공감온도계에 나 그리고 조직이 비전에 따라 일하고 있는지 체감온도를 표기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조직은 대체로 비전에 따라 일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개개인은 편차가 있네요. 이런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렇게 느끼셨던 구체적인 경험이 있을까요?”, “이 온도계를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짝꿍끼리 이야기해보세요.”, “혹시 같은 상황에서 다른 해석을 하신 분도 계실까요?”, “동의하거나 또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들도 이야기해주세요.”
퍼실리테이터는 이렇게 수집되는 정보를 처리하면서 촉진을 돕는 질문, 미러링, 서머리하며 논의에 깊이를 주거나 화제를 전환 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참여자들 중 특별히 정서처리를 해야 할 사람이 있는지 스캐닝하여 일대일로 대화를 시도하거나 발언권을 주기도 하면서 참여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지요. 퍼실리테이터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참여자들이 발언하고 경청하면서 서로에게 집중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사회자와 강사는 청중의 박수를 받지만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에서는 구성원들이 서로 박수를 쳐줍니다. 퍼실리테이터가 박수를 받는 워크숍보다 구성원들이 “우리가 해냈어”라는 감탄이 나오는 게 성공한 워크숍이라 할 수 있죠.
퍼실리테이터의 무기
기본적으로 논의의 과정을 설계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얻고자 하는 목적과 결과물이 무엇인지 인터뷰를 통해 짚어내고 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데 필요한 시간과 횟수를 결정합니다. 또 논의의 흐름을 어떻게 가져갈지 다양한 도구, 기법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진행 할 수 있어야겠지요. 도구와 기법에 의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든 논의는 우리의 설계대로 진행되지 않을수 있음을 가정하고, 현장에서 구성원의 역동을 관찰하여 더 적절하다 생각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정보처리, 정서처리를 한다고 하는데요. 머리와 눈은 논의되어 나오는 내용을 기록하며 따라가고, 어떤 배경과 의도, 감정으로 발언하는지 정서도 함께 처리합니다. 사람은 말과 마음이 따로 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퍼실리테이터는 Hidden assumption이 있는 지를 보면서 그것까지 수면 위로 나올 수 있도록 돕습니다.
52g에서 전문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52g에서 하는 모든 혁신 활동들은 퍼실리테이션을 요하며, 52g크루들은 퍼실리테이터로서 문제를 다루고, 논의를 촉진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문퍼실리테이터로서 크루들이 각사에서 워크숍을 진행할 때 일대일 코칭을 해주기도 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직접 진행하기도 합니다. 상반기에는 디자인씽킹 교육을 ‘러닝 퍼실리테이션’ 방법으로 체계화하는 과정과 크루들이 강사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했어요.
52g에서 개인적인 목표는 퍼실리테이션의 철학과 기술을 52g와 GS각사에 전파하여 모두가 퍼실리테이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 서로에게 경청하는 문화, 상생하는 문화, 건강한 회의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완벽한 퍼실리테이션, 퍼실리테이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아직 많이 부족하고요. 구성원들이 용기 낼 수 있도록 서로 독려하며 함께 다듬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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